꿈을 향해 on my way

초격차 독후감 (권오현 -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본문

책을 읽고 나서

초격차 독후감 (권오현 -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

박재성 2022. 7. 16. 02:25

군살을 빼고 지식과 노하우를 꾹꾹 눌러담은 퍽퍽하지만 건강에 좋은 닭가슴살 같은 책. 가벼운 마음으로 볼 게 아니라 꼭꼭 씹어서 내 것으로 소화시키고 싶은 책. 여러번 다독해서 반드시 다 소화시켜야겠다고 느낀 책.

 

한국에 이런 훌륭한 경영인분들이 있어 세계적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구나를 느낀 책. 스티브 잡스와 이나모리 가즈오에 이어 또 한번 경영에 대해 뜨거운 울림을 주는 책. 초일류 대기업의 수장이었던 만큼 중간보단 압도적 최고가 되는 방법을 나무보단 숲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된 책. 

 

[초격차 전략. 압도적 1등]

초격차 전략은 절대적인 경쟁력을 의미한다. 삼성 초격차 전략 실행 전에는 각 라인별로 개발팀과 제조팀이 분리되어 있었다. A라인 개발팀, A라인 제조팀, B라인 개발팀, B라인 제조팀 이런 식으로. 각 라인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한 라인에서 문제가 생겨도 총생산량에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불필요한 경쟁과 비효율이 존재했고 각 라인이 사일로화 (지식이나 경험이 공유되어지지 않고 고립되어 있는 상태) 되어있었다.

 

반도체 공정은 곱하기다. 수백개의 공정이 선형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각 공정의 완성도가 99%라고 해도 최종 수율은 현저히 내려간다. 따라서, 최종 수율 확보를 위해서 공정 수 자체를 줄여야 했고 독립적으로 완제품을 만들던 라인들을 하나의 거대한 라인으로 통합시켜야 했다. 한마디로, 단일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개선이 아닌 구조를 바꾸는 혁신을 꾀해야 했었던 것.

 

우선적으로 독립적인 라인을 하나의 거대한 라인으로 통합시키는 쪽으로 조직을 개편했고 말도 안되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기 절반 단축과 수율을 상상하기조차 힘든 목표로 설정한 것. 예상대로 엄청난 반발이 일었지만, 리더가 뜻을 굽히지 않자 직원들은 기존의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걸 깨닫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제조라인의 문화가 혁신을 장려하는 도전적인 문화로 바뀌었고 개발팀의 경우, 안정적인 이미 확보한 확실한 기술, 안정적인 기술에 근거해 자체적으로 목표를 잡아왔지만, 이런 bottom-up 방식의 목표설정에서 top-down 방식으로 바꿔 과감한 신기술과 신공정을 도입을 지시해 개발팀에서도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문화가 형성되었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언제들어도 아름답다. 미래지향적이고 파격적이다. 하지만, 맥락적으로 사고했을 때 모든 기업이 삼성의 이런 초격차 전략을 따라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

 

권오현 사장이 삼성 반도체에서 초격차 전략을 실행한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 1위 플레이어였지만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적자를 기록한다. PC 시장 경기를 타는 반도체 산업 자체의 특성과 과잉경쟁으로 인한 계속된 치킨게임 탓에 빗물에 의존하는 천수답 농사처럼 외부상황에 따라 휘청거리는 회사의 문제를 리더로서 해결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가 내린 결론은 압도적 1등. 즉, 초격차 전략이었다. 삼성은 당시 반도체 시장 세계 1위의 여유있는 기업이었고 이런 공격적인 혁신과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였다. 난 이런 초격차 전략이 모든 회사에서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가 재정적으로 실수나 실패를 품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상태. 즉,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탄탄한 기초가 있을 때만 실행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처음 초격차 전략을 들었을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전례없는 목표에 당혹스러워 했을 것이다. 극단적인 목표를 제시했을 때, 듣게 되는 첫번째 반응은 "그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리더가 해결책을 먼제 제시하거나 자신의 뜻을 서둘러 밝혀서는 안된다. 대신 "그렇다. 나도 인정한다. 그런데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벼랑끝 몰아붙이기 전략은 장기적이면서 어려운 과제일 때 효과가 있다. 단기 목표에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초격차 전략은 장기적이며 어려운 전략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군살 없는 운영]

대부분의 회사는 일을 못해서 망하는게 아니라 일이 많아서 망한다. 업의 본질과 회사의 현 상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할 줄 알아야한다. To-do-list 보단 Not-to-do-list 가 필요하다. 완벽하다는 것은 무엇 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평가와 보상은 4P 시스템을 따른다. Pay by Performance. Promote by Potential. 성과가 좋으면 돈으로 보상하고 성과는 별로였지만 잠재성이 있다면 승진으로 보상한다. 성과와 잠재력을 구분해서 보상한다는 점이 깔끔하고 마음에 들었다.

 

[리더는 뇌처럼 일해야 한다]

뇌는 전체를 관장하지 직접 일하지 않는다. 소화는 소화기관에게 위임하고 운동은 근육에게 위임한다. 즉, 뇌는 마이크로 매니지하지 않는다. 리더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실무자가 아니다. 최대한 많은 일을 위임하고 전체를 관장할 줄 알아야 한다. 네가지 리더의 유형이 있다. 

 

1) 똑게 :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2) 똑부 :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

3) 멍부 :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

4) 멍게 :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

 

대기업의 리더는 똑게가 좋다. 똑똑하지만 게을러 최대한 많은 일을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똑부는 너무 부지런해서 모든 일을 자신이 관장하려고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스타트업의 리더는 조금 다르다. 인력과 자본이 항상 부족한 실정이다 보니 리더가 경영과 실무를 겸할 수 있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어야 한다.

 

좋은 조직은 상황마다 맥락마다 다르게 정의되겠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조직이라 함은

1. 구성원 스스로 알아서 일하고

2. 자발적으로 서로서로 협력하고

3. 문제가 생기면 빨리 그것을 드러내놓고 해결하는 자생능력을 갖춘 조직.

 

이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역할을 위임하고 리더가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뇌는 몸이 피로하면 잠을 더 자게하고 휴식을 취하게 하고 위험한 적을 만나면 몸을 움츠려들게 하고 긴장시킨다. 이처럼, 큰 외부자극에 대해서 굵직한 결정을 내리는게 뇌의 역할이다. 리더도 조직의 미래를 바라보고 닥쳐올 위험이나 기회를 미리 준비하는 것처럼 외부상황에 대해 기민한 태도를 유지해 외부자극으로부터 조직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