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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생각들

낙타와 인사고과

박재성 2023. 2. 27. 09:54

니체 - 낙타 사자 아이

 

2022년 연말 인사고과에서 나는 “Top Performer” 최고의 등급을 받았다. 팀에서 나 혼자 이 등급을 받아 어깨가 이 만큼 올라가 있었고 연봉인상과 보너스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봉인상과 보너스는 다른 팀원들과 동일한 4%를 받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테크업계 해고가 심한 가운데 해고되지 않고 고용되어 일할 수 있다는 사실과 회사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연봉인상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또 영주권 지원, H1B 지원 등 비자 비용 일체 지원해주는 사실이 정말 감사하지만, 실망한 마음이 드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럴거면 왜 열심히 일해야되지?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다.

 

지환이에게 전화로 이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환이는 그 마음 너무나도 잘 안다며 지환이가 속한 영업팀이 기존 업무의 양이 훨씬 많고 다른 팀 직원들이 영어가 안될 때면 지원사격도 나가야 될 때가 많은데 받는 연봉은 똑같아서 불만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출근할 때 마다 일이 더 하기 싫어졌고 불만은 커졌고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다. 이건 날 더 강하게 만드는 훈련이다” 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조언해줬다.

 

“마흔에 읽는 니체” 라는 책을 읽다 니체의 세가지 정신변화에 대해 배웠다. 낙타 → 사자 → 아기.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어쩔 수 없다 해야만 한다는 노예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사자는 어깨에 어느 것도 올려두지 않는다. 삶의 무게를 부정하고 파괴해 자유롭게 주인으로 살아간다. 아기는 놀이에 흠뻑 빠져 즐겁게 살아가는 것처럼 삶의 주인을 넘어서 인생을 놀이처럼 무아지경의 상태로 즐겁게 살아간다. 사람의 정신세계도 노예 낙타를 벗어나 주인 사자, 무아지경의 아기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 지환이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넌 군대로 치면 특수부대 훈련중이다. 일이 힘들고 고되지만, 특수부대 훈련이 힘들고 고되지만 그 끝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극소수의 명예로운 특수부대원이 되는 것처럼 이 회사를 떠날 때 쯤 넌 엄청난 성장을 할 거라고 말했었다. 난 지환에게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사자의 정신에 대해 말했지만, 정작 내 삶에 있어서는 노예로 끌려다니는 낙타의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내 어깨에 무거운 짐이 있다면, 그건 “내” 성장을 위해 “내가” 자발적으로 채운 모래주머니이지 다른 누군가가 올려둔 것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가 올려두었다면 난 사자처럼 그 짐을 훌훌 털어 부정하고 거부해야한다.

 

어깨가 무거울때 그 짐을 누가 올려놨는지 누굴 위한 짐인지 생각해보자. 그 짐이 나를 위한 짐이 아니라면 사자처럼 훌훌 털어 거부해야한다. 모든 건 변하고 나도 변한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어제 생각했을 땐 나를 위한 짐이었지만 오늘 다시 생각해봤을 때 나를 위한 짐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사자처럼 그 짐을 훌훌 털어 버려도 괜찮다. 자유로운 사자로 살자, 노예 낙타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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